AI가 에세이를 대신 써주는 시대, 대학들은 오히려 정반대의 선택을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느슨해졌던 미국 대학 입시 기준이 최근 다시 빡빡해지고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표준화 시험 부활, 자기소개서 축소, 그리고 그 뒤에 숨은 정치적 압박까지 — 뉴욕타임스가 짚어낸 2026년 미국 대학 입시 지형의 변화를 정리해 봤습니다.

왜 지금, 입시 기준이 다시 바뀌는 걸까?
코로나 팬데믹 시기, 많은 미국 대학들은 SAT·ACT 같은 표준화 시험 응시가 어려워지자 관련 요건을 대거 완화했습니다. 대신 에세이 등 다른 평가 요소에 더 무게를 실었죠.
하지만 몇 년이 지난 지금, 흐름이 다시 반대로 향하고 있습니다. 그 배경에는 크게 세 가지 요인이 얽혀 있습니다.
- AI의 등장 — 지원자가 직접 쓴 글인지, AI가 도와준 글인지 구분하기 어려워진 상황
- 학생 준비도에 대한 우려 — 표준화 시험 없이 입학한 학생들의 학업 역량 저하 지적
-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 — '메리트(merit)' 중심 입시를 강조하는 정책 기조와 법무부 차원의 조사
자기소개서, 이제는 "적을수록 좋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추가 에세이(supplemental essay)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입니다.
- 툴레인대학교는 "왜 우리 학교에 지원했는가"를 묻던 필수 에세이 요건을 잠정 중단했습니다. 학교 측은 AI로 작성된 에세이에 대한 우려가 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습니다.
- 조지아대학교, 코넬대학교, 버지니아대학교, 텍사스크리스천대학교 등도 최근 에세이 항목을 축소했습니다.
- 워싱턴대학교(세인트루이스)는 "선택 사항"이라고 안내했음에도 많은 지원자들이 사실상 필수처럼 여기던 에세이 항목을 없애기로 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에세이 항목을 줄이면 지원 절차가 간편해지면서 지원자 수가 늘어나고, 이는 자연스럽게 합격률을 낮춰 학교가 더 "선발이 까다로운" 학교처럼 보이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다만 각 대학 관계자들은 이것이 의도된 전략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한 대학 관계자는 AI가 오히려 "글로 쓰인 지원서가 그 사람의 실제 사고방식을 온전히 보여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준 계기가 됐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펜실베이니아대학교처럼 아예 AI 활용 가이드라인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학교도 등장했습니다. 부모나 교사와 아이디어를 상의하거나 문법 검토에 AI를 활용하는 것은 괜찮지만, 정작 본인이 인터뷰나 대화에서 자기 글의 논리를 직접 설명하지 못한다면 "아직 제출할 준비가 안 된 것"이라는 기준을 제시한 것이죠.
다시 부활하는 표준화 시험
AI 문제와 별개로, 표준화 시험 요건 부활도 눈에 띄는 흐름입니다.
- 2026년 6월, 컬럼비아대학교가 아이비리그 중 마지막으로 시험 점수 제출을 다시 요구하기로 하면서, 아이비리그 전체가 시험 필수 요건으로 복귀했습니다.
- 약 23만 8천 명의 학부생을 보유한 캘리포니아대학교(UC) 시스템도 표준화 시험 요건 부활을 논의 중입니다. UC는 2020년부터 시험 요건을 없앤 상태였습니다.
특히 UC의 경우, 압박이 정치권보다는 오히려 학교 내부 교수진에게서 나오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UC 산타바버라의 한 공학 교수는 2022~2023년 무렵부터 학생들이 예전이라면 무리 없이 수행했을 과제조차 어려워하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지적하며, 시험 요건 폐지가 학생 준비도 저하와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반대 측 목소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한 교육 정책 단체 대표는 SAT를 되살리는 것이 "정의되지 않은 문제에 대한 완전히 잘못된 해법"이라며, 표준화 시험 폐지 이후에도 재학·졸업률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거나 오히려 상승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UC 이사회 의장 역시 대학 준비도 논쟁이 입시·시험 문제로만 좁게 다뤄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학년말까지 관련 검토 결과를 내놓겠다고 밝혔습니다.
정치가 입시실을 파고들다
이 모든 변화의 밑바탕에는 2023년 미국 연방대법원의 소수인종 우대입학(affirmative action) 위헌 판결이 깔려 있습니다.
당시 대법원은 지원자를 "개인의 경험을 기준으로 평가해야지, 인종을 기준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하면서도, 지원자가 자신의 에세이 등에서 인종으로 인한 경험(차별, 영감 등)을 언급하는 것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 판결을 훨씬 더 넓게 해석해, 입시 과정에서 인종을 사실상 전혀 고려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많은 대학 관계자와 법률 전문가들은 사적으로는 이런 해석에 동의하지 않지만, 법무부 차원의 잇따른 조사로 인해 위축된 채 규제를 피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앞으로 대학 입시는 어디로 향할까?
지난 입시 시즌에는 지원자 다양성 확대와 평균 지원 학교 수 증가로 전체 지원 건수가 늘었지만, 앞으로는 인구구조 변화로 인해 대학 진학 연령 학생 수 자체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됩니다. 여기에 AI가 노동시장을 재편하면서 "대학 학위의 가치"에 대한 대중의 불신까지 겹치고 있습니다.
결국 학생 수는 줄고 AI의 영향력은 커지는 이중의 압박 속에서, 대학들은 지원 절차를 더 단순하고 매력적으로 만들어 지원자 풀을 지키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셈입니다. 표준화 시험 부활과 에세이 간소화라는 언뜻 상반돼 보이는 두 흐름이 사실은 같은 위기의식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점, 꽤 아이러니하지 않나요?
이 글은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의 "College Applications Are Changing Again, Thanks to A.I. and Politics" (Alan Blinder, Mark Arsenault, 2026년 8월 24일 자) 보도 내용을 바탕으로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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